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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인생 찾아 은퇴"... '배구계의 20년 전설, 마지막 선택

 한국 배구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배구 여제'로 불리는 김연경(37·흥국생명)이 현역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알렸다. 2005년 프로 데뷔 이후 약 20년간 이어온 찬란한 여정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김연경은 1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의 홈경기에서 팀의 3-1 역전승을 이끈 직후, 수훈선수 인터뷰를 통해 은퇴 결심을 전격 발표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짧지만 강한 울림을 남긴 선언이었다.

 

이날 발표는 최근 있었던 복선과 맞닿아 있다. 지난 9일 김해란의 은퇴식에서 "해란 언니를 따라가겠다"고 했던 발언이 단순한 농담이 아닌 진심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김연경은 "더 일찍 알려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면서도 "남은 경기들을 팬들과 함께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은퇴 결정은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단이었다. 2년 전에도 은퇴를 고려했으나, 한국도로공사와의 챔피언결정전 패배 후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현역을 이어왔다. 이번에는 "제2의 인생을 위한 적절한 시기"라는 판단 하에 구단과의 협의도 마친 상태다.

 


놀라운 점은 은퇴를 앞둔 37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시즌 총 521득점으로 전체 6위, 국내 선수 중에서는 1위를 기록 중이며, 공격 성공률 45.36%(2위), 퀵오픈 성공률 54.59%(1위) 등 주요 기록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김연경의 은퇴 소식에 배구계는 물론 한국 스포츠계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 2020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이미 국가대표에서 물러난 그였지만, 프로리그에서도 그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많은 팬들이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흥국생명 구단은 "김연경 선수의 뜻을 존중한다"면서도, 남은 시즌 동안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그의 마지막 시즌이 우승으로 장식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